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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하고 싶어도 자랑할 수 없는 상황

by Adelife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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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 지금 호주 학년 8학년, 한국나이로 중2, 즉, 그 악명 높은 중2병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그냥 말만해도 제가 신경질을 냈다는 둥, 화냈다는 둥 그러거든요. 본인이 정작 화내고 신경질 내면서 말이죠.

 

여하튼 그런 틴에이저 사춘기 아들이 있는데요. 

 

제 남편은 제 아들보다 한 살 어린 딸이 있는데 그 딸은 제 아들보다 수학을 잘 못해서 학교 선생님한테 수학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메일을 받고 지난주부터 저희 남편과 함께 특별 훈련을 하면서 수학시험 대비를 하고 있지요.

 

그런 반면에, 저의 아들은 수학(한국 수학에 비하면 엄청 엄청 쉽지만) 성적은 그런대로 잘 받아오는 편이거든요. 어제 저녁 아들이 저에게 보여줄 게 있다고 하면서 시험 점수 결과를 보여주더라고요. 그런데 따란~~

영어, 수학, 일본어를 A받았다면서 엄청 좋아하네요. 영어는 1년 넘게 별명이 'A 메이커'라는 영어 과외 선생님에게 받고 있어서 그런지 많이 향상이 되었어요. 5학년 땐 D 받아 오고 그랬답니다. 너무 걱정했지요. 그때 당시엔 아무리 외국인이 없는 현지인만 다니는 초등학교지만 저희 아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걸 아는 담임 선생님이 그렇게 매정하게 점수를 주다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전화위복'이라고 할까요. 그게 계기가 되어 영어 과외를 붙이게 된 것 같아요.

 

아니 무슨 영어 쓰는 호주에서 영어과외야? 학교에서 그냥 배우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 미국에 있는 친구가 아들을 영어과외 시킨다고 할 때 정말 이해가 안 갔었거든요. 근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데다가 부모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면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 어려워요. 물론 저처럼 나이 먹고 와서 공부하는 것보다야 어릴 때 와서 공부하면 훨씬 어렵지 않겠지만요.

 

그래서 처음 맡긴 영어과외선생님과 약 1년동안 했는데, 그 선생님은 본인이 아프거나, 약속 있거나 무슨 사정이 그렇게 많이 생기는지, 과외하는 당일에 캔슬하기 일쑤였고, 좀 마음에 들지 않는 찰나, 과외선생님이 먼저 본인이 시간이 없어서 못 가르치겠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한 번 슬쩍 잡는 척만 하고 보내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금 영어 과외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 선생님은 처음 과외 선생님을 만나고 얼마 안돼서 소개받았더랬죠.) 아이는 처음에 숙제가 너무 많다면서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숙제 안 해서 과외 안 가겠다 그러는 날도 있었지만, 상관없다고 도닥이며 보냈죠. 지금은 같은 양의 숙제이지만, 많다고 투정하지 않고 잘 해내고 있어요.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봅니다.

 

수학 재시험을 봐야하는 딸을 둔 속상해할 남편에게 제 아들이 영어 과제에서 A를 받아왔다고 말하기가 좀 미안해서 여기에 끄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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