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더러울 수도 있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호주 서양인이랑 살면서 겪었고 제가 오해했던(?) 이야기입니다.저랑 같이 사는 사람은 일반적인 서양인이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예전 와이프나 여자 친구도 동양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의 선입견을 깨는 게 있었네요.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
어느 유튜브 비디오 보는데 미국분이랑 결혼하신 한국 여자분이 하신 말씀에 그분의 남편은 두루마리 휴지를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쓰는 걸 도저히 이해 못 하신다고 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호주생활 초반에 한국 아줌마에게 들은 얘기로는 절대로 두루마리 휴지를 식탁이나 부엌에 두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호주 사람들이 그걸 더럽게 생각한다나 뭐라나.. 두루마리 화장지 즉 토일렛페이퍼는 화장실에서만 써야 된다고.. 아니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호주 와서 싱글맘 시절에는 원래 제가 하던 대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여기저기 놓고 썼어요. 두루마리 휴지도 부드럽고 품질이 좋은 데다가 티슈 쓰는 게 아까우니까요. 근데.. 서양남자를 만나서 같이 살게 되니, 저의 선입견, 이미 들은 얘기가 있다 보니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게 싫었죠. 즉, 저 사람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쓰면 충격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까워도 갑 티슈를 놓고 썼죠.
근데 제가 비염이 있어서 피곤하거나 계절이 바뀌면 코가 헐을 때까지 코를 풀어대니 얼마나 헤프겠어요. 어느 날은 티슈가 다 떨어진 거예요. 어쩌겠어요. 할 수 없이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를 꺼내서 부엌의 조리대에 두고 코 풀고 그랬었답니다 ㅋㅋ
근데 저에게 뭐라 안 해요.
'이상한데? 왜 아무 말도 없지?'
'서양인들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쓰는 거 안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티슈 없어서 이해해 주는 건가? 오.. 좀 내가 듣던 거랑 다른데?'
라고 생각했지요.
선입견이 없어짐
그리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 비밀이 어제 밝혀졌답니다. 요즘 남편이 감기가 걸려서 코를 자주 푸는데 안방에 들어오면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끊어서 코를 푸는 게 아니겠어요?
'으잉? 내가 아는 서양인들은 두루마리 휴지는 그 정해진 용도 아니면 안 쓴다던데?'
그래서 제가 이렇게 물었죠. 너는 두루마리 화장지로 코 풀어도 괜찮아? 내가 듣기론 서양인들은 화장실에서만 쓴다던데?라고 하니,
응 난 상관없는데? (No, I don’t mind)라고 하는 거였어요. 이런이런.. 물어보지도 않고 그러겠거니 했는데 아니었어요. ㅎㅎ아마 짠테크가 굳어진 사람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역시 사람은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던 하루였어요.
그래도 손님이 오신다거나 그러면 그 두루마리 화장지를 치워놔야 하나요?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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