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공기 좋은 곳에서 알레르기 비염이냐라고 할 분도 있겠지만, 여기도 hay fever라고 해서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fever가 들어가서 무슨 열이 있는 건가 했는데, 알레르기 증상을 헤이 피버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 헤이 피버 있어라고 해야 한다. 알레르기 있어라고 하면 호주 사람들은 땅콩이나 계란 등 음식으로 인한 알레르기를 생각하는 것 같다.
호주에 온지 4년 반이 지난 지금, 온 지 2년 정도까지는 한국에서 지긋지긋하게 시달리던 알레르기 비염이 완치된 것 같았다. 티슈로 코 한 번 푼 적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역시 호주는 나랑 잘 맞는 나라야. 공기가 좋아서 알레르기 비염도 없어졌나 봐'라고 생각했었다. 이 얘기를 호주에서 오래 산 몇몇 사람들에게 했더니 처음 2년간은 괜찮다가 몸이 적응하면서 도로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설마..' 했었는데 역시나였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작년 이맘 때 쯤 어느 날, 울루루 여행을 다녀오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아침 일어나자마자 자기 전까지 계속 콧물이 줄줄, 눈물도 그렁그렁 하면서 휴지 200장짜리 갑 티슈를 다 쓰는 사태에 이르렀다. 코에 있는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처럼 계속 줄줄 흐르는데, 코를 풀 새도 없이 그냥 흘렀다. 여행 중이라 비상약이라고는 다칠 때 바르는 약이랑 밴드에이드 정도만 갖고 갔었다. 사실 감기나 콧물 그런걸로 고생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동하면서 울룰루 근처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들인 바이엘에서 나온 Claratyne (클래러틴), 한국에서도 유명한 지르텍 그리고 텔패스트텔 패스트 (Telfast)가 있었는데 난 텔 패스트를 샀다. 이유는 같은 텔 패스트여도 함량의 차이가 있어서 높은 함량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물, 콧물에 너무 힘들어서 얼른 멈추고 싶었던 생각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그 약을 먹고 나니 괜찮아지는게 아니겠는가. 정말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지금도 코 훌쩍거리면서 글 쓰고 있는데, 이 글 다 쓰고 나면 헤이 피버 약 하나 먹고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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